제리와 마지 셀비 부부는 지난 10년간 2개 주에서 수십 번 복권에 당첨됐다.
 
대부분 사람에게 복권 당첨이란 이루지 못할 꿈 같은 존재다. 그러나 미국의 어느 은퇴한 노부부는 기본적인 산수 능력과 복권 이용 약관에 대한 약간의 관심만으로 이 꿈을 이뤘다.

제리와 마지 셀비 부부는 지난 10년간 2개 주에서 수십 번 복권에 당첨됐다.

2003~2012년 사이 이들 커플이 거머쥔 당첨금은 2600만달러(약 337억5000만원)에 이른다.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 어떠한 법도 위반하지 않은, 간단한 통계적 계산이었다. 제리는 "3분 안에" 이를 해냈다고 한다.


셀비 부부의 이 놀라운 이야기는 할리우드에까지 진출해 영화 '제리 앤 마지 고 라지(Jerry & Marge Go Large)'가 지난달 개봉했다.  

'그냥 기본적인 산수일 뿐입니다'

사실 셀비 부부는 평생 미국 북부 미시간주 '에버렛'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며 살아왔다. 2003년 시작된 이들 부부 사건만큼이나 짜릿한 일은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평범한 곳이었다.

때는 2003년, 여섯 자녀를 둔 셀비 부부는 운영하던 편의점을 막 팔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 제리는 미시간주의 '윈드폴' 복권 광고를 보게 됐다.

작은 글씨로 적혀있던 복권 추첨 방식을 모두 읽은 제리는 재빨리 암산으로 확률을 계산해봤고 큰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이에 대해 제리는 2019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기이한 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윈드폴'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선 골랐던 숫자 6개를 모두 맞춰야 했다. 그런데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숫자 3개 이상을 맞춘 사람들이 상금을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단 한 종류의 숫자 조합만을 당첨으로 인정하는 복권보다 우승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렇기에 복권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당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추측했던 제리는 복권을 1100달러어치 사면 거의 확실하게 숫자 4개를 맞춘 한 장이 나온다고 계산했다.

제리는 "숫자 4개를 맞춘 이 한 장으로 1000달러를 받았다. 숫자 3개를 맞춘 복권도 18장이었는데, 각각 약 50달러씩 받을 수 있으니, 

총 900달러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결과적으로 1100달러를 쓰고 약 1900달러를 돌려받은 셈이죠."제리는 "이는 단지 기본적인 산수일 뿐"이라며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어투로 덧붙였다.
 
'표 사는 회사' 설립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매년 주(州) 복권 구매에 700억달러를 쓴다고 한다. 한 사람당 평균 230달러가 넘는 금액이다.셀비 부부는 그보단 훨씬 더 많은 돈을 썼지만, 당첨 확률은 더 커졌다.

그리고 제리는 주저하지 않고 판돈을 올렸다. 나중엔 3600달러어치를 사고 6300달러를 당첨금으로 받았다고 한다.한번은 8000달러어치를 사들여 당첨금으로 그 2배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그 시점에 제리는 아내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털어놓기로 결심했다.이제 셀비 부부는 수천 달러를 더 투자하기 시작했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GS 인베스트먼트 스트레터지 LLC'라는 회사까지 설립했다




그러다 한 주당 500달러에 자신들의 기업 주식을 팔아 지역사회 주민들 또한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에 에버렛 마을 출신 농부와 변호사 등의 투자자들도 모았다.

이후로도 계속 당첨금이 들어와 이 부부의 회계 장부에 따르면 가장 많이 벌어들일 땐 한 번에 85만3000달러를 벌기도 했다.

 
한편 셀비 부부는 이 모든 사업으로 큰 이익을 거두고 있었으나, 이를 계속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은퇴자의 삶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사실 복권 대량 구매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게다가 미시간주가 '윈드폴' 복권 판매를 중단하자 상황은 복잡해졌다.

하지만, 부부의 지인이 에버렛에서 수천km 떨어진 매사추세츠주에서 유사한 '캐시 윈드폴' 복권을 판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몇 분간 계산하던 제리는 계속 당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6년간 셀비 부부는 매사추세츠주의 상점 2곳에서 '캐시 윈드폴'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6개 주에 걸친 거리를 왔다 갔다 했다.

제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 번에 약 60만달러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1년에 7차례 사들였다.

구매 후 셀비 부부는 10일간 호텔에 머물며 10시간 교대로 복권 티켓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직접 분류했다. 이제 80세가 된 제리는 이 부분을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제리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가치 있는 일에서 성공을 거두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가 있었나?


이들 부부의 모험은 201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보스턴 글로브'지가 매사추세츠주의 몇몇 상점에서 수상쩍은 정도로 많은 당첨이 이뤄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끝이 났다.

그런데 이 도박에 나선 건 셀비 부부만이 아니었다.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재학생으로 이뤄진 팀도 '캐시 윈드폴'에서 큰 이익을 거두고 있던 것이다.이에 따라 주 당국은 사기나 부패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어떤 불법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조사를 이끌던 그레그 설리번 수사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조사에 착수하던 당시 대중들은 어떤 식이든 조직범죄나 공직 부패가 연루됐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는 이 범생이 같은 수학 천재들이 주 복권에 당첨돼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셀비 부부나 MIT 학생들의 활동은 '캐시 윈드폴'에서 숫자 6개를 모두 맞춘 1등 당첨자가 나오지 못했을 때만 효과가 있었다. 만약 1등이 나왔다면 이들의 투자는 수포가 됐을 것이다.

이 복권의 통계적 확률을 계산한 사람은 누구나 당첨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설리번 수사관이 지적했듯이, '캐시 윈드폴'은 복권 판매로 1억2000만달러를 벌어다 주는 등 좋은 매사추세츠주에도 사업 거리였다.

결국 '캐쉬 윈드폴' 복권은 운영이 중단됐으며, 현재 미국에선 그렇게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윈드폴 방식의 복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셀비 부부는 이미 수백만 달러를 두둑이 챙긴 상태다. 제리에 따르면 세후 800만달러가 남았다고 한다.이후 이들 부부는 당첨금으로 사치품을 사들이는 대신 살던 집을 수리하고 자녀 6명, 손자 14명, 증손자 10명의 교육비를 댔다.무엇보다도 셀비 부부는 이번 모험을 정말 즐긴 듯 보였다.

마지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재미있었다. 취한 느낌"이라고 말했다.게다가 할리우드 덕분에 이들 부부는 영화 '제리 앤 마지 고 라지' 시사회에서 제리와 마지는 

주연 배우들과 함께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15분간의 유명세도 누렸다.